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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옳치의 끄적이는 경제

직접 주주총회 참석한 후기(feat. 재무제표 좀 압니다.)

by 강옳치 2020.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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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참석장

 

주식으로 울고 울었던(웃은 적이 없다.) 많은 나날들을 지내면서 단 한번도 주주총회를 참석해본적이 없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관심이 없는 회사에 투자해놓고 이슈만 좇았던 기억에 다시 한번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사실 지금도 주총참석장이 오면 바로 폐기해버리고 있었는데 아는 형님이 억대의 분량으로 가지고 있는 주식의 참석장을 내밀면서 대리 참석을 요청하였다.

 

바로 다음날이라 부리나케 감사보고서를 찾아봤다. 회사의 재무구조는 너무 좋았다. 약 4천억의 매출에 제조업인데도 영업이익률이 7프로를 상회하고 매년 당기순이익률도 4~5프로에 달했다. 수출을 주로 하는 기업이라 환에 대한 리스크로 영업외 손익에 제법 이팩트가 있었으나 관리가 잘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그런데 당해 공동투자주식에 대한 손상차손, 종속기업주식에 대한 처분 손실 등 70억 정도의 금액이 반영되어 있었다. 당해 손상을 인식한 금액을 볼때 향후 2년후에는 잔여 주식 금액인 30억 가량과 그 공동투자 기업에 대여해준 15억까지 약 40억이 넘는 금액이 증발해버릴 가능성이 있었다. 이러한 내용들을 가지고 주총 참석을 위해 길을 나섰다.

 

회사 입구에서 경비업체 분이 차를 막았다. 어떻게 오셨냐는 말에 주주총회에 참석하러 왔다고 했지만, 정확히 3회를 제대로 못알아들었고 "주주가 주주총회 참석하러 왔다는게 무슨 말인지 모르시나요?"라고 네번째 말했을 때, 당황하는 모습으로 그냥 통과시켜주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경비대장인듯한 분이 다시 "업체에서 오셨나요?"라고 물어서 같은 말을 몇번이나 반복해 짜증이나서 "주주라구요. 주주. 주주가 뭔지 모르시나요? 오늘 주총이 있어서 왔다구요!"라고 하고서야 건물을 안내받아 들어갔다. 아마도 일반인이 올거라고는 생각을 안했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이런부분을 전혀 전달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주총 장소에 도착해서 매한가지였다. 참석장과 위임장을 받은 안내직원은 약간 당황을 해서 어떻게 처리해야 될지 몰라했고 들어가면 되냐는 내 말에 네네네 라고 급히 대답했다. 강당안으로 들어가자 사회자 자리에 있던 분이 급히 나에게 와서 명함을 주시고 주식에 관한 사항은 주총끝나고 저에게 연락주시면 자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라고 했다. 나는 "저는 재무제표에 관해서 질의드리려고 하구요. 주주가 주총에서 발언을 하면 안되는가요? 주총때 물어보겠습니다"라고 의사를 전했다. 그 뒤로 이분이 계속 나를 주시하며 불안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표이사를 의장으로 하여 주총이 진행되었다. 모든 안건에 대해 마치 짜기라도 한듯 의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의한다고 했다. 때로는 각본에 정해진 듯 한 주주가 의장의 말을 짜르고 의장은 본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마이크를 달라고 하며 이미 공시된 내용과 안내장을 통해 안내받았다며 빠르게 안건을 마무리 하자고 하였다. 결국, 대주주들과 우리사주를 포함에 우호지분들이 모여앉아 촬영해가면서 역할극 하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재무제표 승인에 대한 안건으로 넘어갔고 또 동의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내가 손을 들고 잘랐다. 준비해간 내용을 조목조목 얘기했는데 대표이사로 부터 원하는 답변이 오지 않았다. 재무적인 숫자를 물었고 향후 회수가능성이나 수익에 기여할 미래 경제적인 효익이 창출될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기술적인 부분과 개발단계에만 있다는 얘기뿐이었고 종속회사의 재무제표에 대한 것은 총회가 끝나면 따로 연락을 통해 주겠다고 했다. 지속적으로 물었지만, 나 외에는 전부 우호지분이고 주총장의 분위기는 나를 향한 적개심으로 바뀌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느정도 선에서 중단했다. 총회가 끝나고 사회자 분이 약속시간을 잡고 그때 연락주시면 아는 부분 상세히 설명드리겠다고 약조를 했다. 나는 물어보고싶은 것이 너무 많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나오는데 주총장의 입구는 짜고친 동료들 간의 악수의 향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기업의 주총도 처음이고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의 주총 역시도 경험해 본적이 없기때문에 어떤식으로 전개되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확실히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서 보다 선진화 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자신의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주인의 입장에서 주총에 참석하여 기업의 향후 전망과 현재의 모습을 두루 살펴 감시자이자 동반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투자자와 기업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주총이 소수의 인원들만 모여 짜여진 각본대로 의사봉만 3번 두드리고 끝나는 자리가 아닌, 주주의 눈을 통해 기업을 보고 주주의 입을 통해서 기업의 미래도 토론할 수 있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자리가 된다면 단순히 기업의 발전 뿐만 아닌 우리나라의 건강한 경제를 만드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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