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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보고 듣고 생각하고

엔돌핀이여, 솟아나라(100일 걷기 프로젝트 3일차)

by 강옳치 2020.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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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이 발끈하기를 잘하고 아주 사소한 것에 지기 싫어하고 강요받는걸 싫어하고 지극히 이기적이다. 내가 적었지만, 굉장히 나를 잘 표현한 문장이다.

 

115일만에 우리 딸 유현이가 뒤집기를 성공했다. 사실 100일 전부터 거의 뒤집기 직전까지 가고 아빠라고도 하는 것 같아서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뒤집기를 완성하는 시기까지는 제법 걸렸다. 굉장히 기분이 좋은 일과 함께 악재가 겹쳤다. 코골이가 심해서 작은방에서 혼자 자고 있었는데 이제 뒤집기를 성공한 유현이한테 바닥에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자 와이프가 나의 잠자리를 뺏고 안방에서 자게 했다.

 

그런데 공간을 마련해놓고도 그곳에 재우지 않고 우리 가족은 안방에 같이 자게 되었는데 코골이 때문인지 유현이가 밤에 두번을 깼고 잠들때마다 코를 골다가 새벽 4시경에 방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쇼파에 가만히 있다보니 여기는 내집인데 내가 있을 공간이 전혀 없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위축되었고 잠도 오지 않아 출근하기로 결심했다.

 

화장실을 갔다가 나왔음에도 아파트 입구를 벗어날 때 쯤 신호가 와서 갈등의 기로에 놓였고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집앞까지 왔을때, 굉장한 고통이 수반되어 역시 현명한 선택을 했음에 스스로가 만족감이 들었다. 걸어서 가기에는 애매한 시간이 되어 차를 가지고 회사에 왔다.

 

출근길 뉴스를 들으며 왔는데 연일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 추세에 연준과 트럼프의 공격적인 양적 완화 등등 나에게는 이런 정보들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많이 다가와 부족했던 수면시간과 더불어 다시 피로감으로 몰려왔고 영어공부도 약간 하기 싫어졌다. 차에 계속 앉아있을까 했지만 일단 박차고 나가서 강의를 틀었다.

 

어디선가 읽었는데 걸으면 베타엔돌핀이 많이 나와서 기분도 좋게하고 좋은 생각이 많이 들게 한다고 했다. 이말이 진짜 맞는 말인지 걸으면서 강의 듣는게 어느덧 즐겁고 혼자 신나서 애니매이션에 감정 이입하여 쉐도잉을 했다.

애니매이션 로보카폴리 친구들이 출동할 때, 묘한 감동이 느껴지면서 약간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로보카폴리를 보신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긴급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레스큐 센터에서 출발할때 나오는 음악과 주인공들의 진지한 표정이 굉장히 감동적이다. 질서정연하게 센터앞 도로를 나설 때 약간 울컥하기도 하는데 나중에 유현이가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때가 되면 이러한 감정들을 꼭 이야기를 하면서 공유하고 싶다.

 

어쩌면 부정적으로 흘렀을 수도 있었던 하루가 걷기로 인해 긍정적이고 풍부해졌지 않나 생각된다. 앞으로 100일이 흐르는 동안에 매일 걸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는 내가 되길 바란다.

 

영어공부를 마친 후, 박웅현 님의 저서 '여덟단어'에서 권위 라는 챕터를 읽었는데 회사에서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저작권 때문에 캡쳐한 사진을 첨부하지는 못하여 마지막 구절만 남겨본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윗사람들에게 강하고 아랫사람들에게 약한,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여러분이 되시길 바랍니다." 

해가 떠오르는 아침, 이쁘게 피어나고 있는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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