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장

투자를 하려면 사장만큼 회사를 잘 알아야 한다

강옳치 2021. 5. 20.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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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해, 주식관련 서적과 유튜브 방송을 참 많이 읽고 보았습니다.
국내 많은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개형 '김정환'님을 다들 잘 아실텐데요.
회계학을 전공하다보니 기본적으로 재무제표는 읽어낼 수는 있었지만,
기업을 적정가치를 찾는 밸류에이션을 하는 역량은 이분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숫자적인 밸류에이션과는 이격이 있는 말이긴 하지만 '김정환'님이 하실 말씀 중
"내가 투자하는 기업은 그 회사 사장만큼 알아야 합니다."
라는 말을 굉장히 공감하면서
내심 사업보고서를 읽어내고 재무제표도 캐치할 수 있었던 저는
"훗, 나는 좀 알고 투자하고 있어"
라고 다소 오만하면서도 건방진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에 있었던 이사회에 서류를 준비하고 참관하여 집중도 있게 듣다보니
진짜 헛똑똑이에 불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초에 이직을 하고 주총,이사회,공시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20대와 삼십대중반까지 거의 10년이 넘는 세월을 회계/세무 쪽으로 공부하고 업무를 수행했기에
완전히 결을 달리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업무적으로는 새로운 분야였습니다.
연초에 주주총회와 관련 이사회를 준비할 때는 정말 멋도 모르고 지난 자료를 참고해서
납기일을 맞추는 것에 급급했고 역량도 부족했기에
사실상 지식의 정리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1분기 이사회를 준비하고 1분기 사업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그래도 어느정도 여유도 생기고
볼 수 있는 범위도 커짐에 즐거움이 드는 한편
정저지와의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제 자신에 대한 반성을 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고
나름은 새로운 시도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장만큼 안다는 것...

첫순서는 1분기 실적에 대한 감사위원회와 감사인(회계사)과의 대화였습니다.
보통 12월말 결산법인을 기준으로 외부감사인이 "감사"라는 것을 진행하여 재무제표의 적정성을 확인하고
분기에는 "검토"라는 과정을 거쳐서 "감사"보다는 다소 적은 시간을 투입하여
재무제표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담당 감사인이
"향후, 매출총이익률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게 될 것 입니다."
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하여
감사위원 중 한분이 의문을 제기합니다.
"제품가격이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창 원재료 가격에 대한 상승 이슈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매출총이익률이 개선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죠?"

이야기가 진행되는 와중에 두사람의 포인트가 엇갈리게 됩니다.
재무적으로 충당부채로 잡아둔 금액이 환입이되면서 매출총이익률의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는 감사인과
사업자체에 있어서 "매출 - 매출원가 = 매출총이익"을 놓고 원재료 상승의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매출총이익률의 개선이 말이 되냐는 감사위원 사이에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채로 감사인이 향후 추가로 설명드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회의가 종료되었습니다.

감사인 분이 한 이야기가 틀린 것은 아니나
감사위원의 질의하는 맥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했고 설명의 방향이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이사회에서 동일한 질의가 나오게 되고 사장님의 답변이 이어집니다.
"올해는 플러스를 달성하기 매우 힘들 것으로 판단됩니다."
라는 말을 시작으로
원재료 상승을 대비한 원감절감에 대한 방안,
제품단가에 가격결정권이 고객에 있는 점도 감안해야하고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도 예측 외적인 제품군이라
주력제품에 대한 비중이나 향후 가격결정권에 대한 주도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크게 달려있으며
어떻게 회사가 방향성을 잡고 있는지를 세세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당연히 앞 시간과 다르게 만족할만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고 오히려 앞선 위원회까지
사장님이 비자발적이지만 커버해주신 격이 되었습니다.

회계사가 재무제표를 만들어 내는데는 탁월한 역량이 있을지라도
사업의 최전방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대표보다는 사업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얕았습니다.

넘버스와 내러티브 중 누가 먼저냐를 정의할 수 는 없지만,
넘버스를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던 저에게는
필승전략을 위해서는 내러티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주담과의 통화

제가 가지고 있는 기업들의 사업보고서를 다시 한번 읽어 나갔습니다.

저는 사업보고서를 작성할 때, 최대한 주주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 읽고 쓰고
찾고 다시 고쳐쓰고를 많이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몇몇 기업중에 5년 넘게 우려먹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사골임에 확실하다. 주주 입장에서 쓴 소리를 해야한다.' 라는 생각에
주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이 내용은 기업분석 쪽에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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